오너 배당금 늘리려고 커피믹스값 올렸나

동서식품, 최대주주 배당금 120억 늘리고 가격올려.. 지분승계 총탄마련?

원가부담을 이유로 커피믹스 값을 올린 동서식품이 최대주주 배당금을 120억원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지난해 배당총액을 전년보다 12.24% 올려 1100억원을 배당했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글로벌 식품업체인 크래프트푸드홀딩스 싱가포르가 각각 50%를 소유해 두 기업에게 배당총액의 절반씩이 지급된다. 

동서식품이 국제 원두가격 급등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져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배당금을 대규모로 늘리자 김종희 신임상무이사의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실탄' 만들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image
◇김상헌 동서 회장, 배당소득 재계 8위의 비밀 

동서식품은 커피원두 가격이 급등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과 달리 지난해 
매출액이 1조4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3.3% 늘어 2175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13.8% 늘어 178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커피믹스 출고가격은 25일부터 최대 9.9%까지 인상했다. 최대주주의 호주머니로 갈 배당금을 늘리거나, 혹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이고 합작외국기업의 지분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며 "토종기업 중 1등 기업이라고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배당금을 늘리는 와중에 가격을 인상한 기업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서식품의 배당금 1100억원 중 550억원은 크래프트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550억원이 김상헌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서에게 돌아갔다. 동서는 동서식품의 배당금과 자체 사업수익을 포함해 지난해 11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352억원을 배당했다. 

동서 지분 36.53%(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했던 김 회장이 지난해 동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30억6150만원으로 재계 8위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제쳤고 심지어 식품업계 1위인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까지 따돌렸다. 

◇배당금 높여 2세 김종희 상무이사 자금줄 강화? 

동서는 3년간 1주당 배당금을 900원에서 1050원으로, 다시 1200원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김 회장이 이처럼 물가인상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커피가격을 올려 배당소득은 유지하는 배경을 2세 경영승계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동서는 지난 2월 김 회장의 장남인 김종희(35)씨를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비상임 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김 회장은 이달 11일 동서 보유주식 중 80만주(2.69%)를 김 상무이사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시가로 282억원을 넘는 물량으로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 이외에 김 상무이사 역시 임원선임 전후로 장내에서 지분을 자체 매수해 지분율을 6.23%로 늘렸다. 

동서 지분율 구성은 김 회장 33.84%, 그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13%다. 김상헌 회장과 그의 동생이 동서와 동서식품 회장직을 나눠 맡고 있다. 형제경영이 2세 승계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지분확보를 위한 실탄 수요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금을 높이는 건 주주들에게 플러스 요인이지만 지분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회사위상이나 미래성장성 확보를 위해 규모에 맞게 배당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서의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68.28% 달한다. 소액주주 지분은 25.99%로 낮아 1일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다. 이 때문에 주가는 '가격인상'이라는 최대호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1일 4만1300원을 고점으로 근 6개월간 12%이상 하락했다. 

한편, 동서는 지난해 배당금은 늘린 반면 기부금은 9억9280만원에서 7억4086만원으로 줄였다. 순이익 규모 대비 기부금 비율은 6.3%에서 4.1%로 감소했다.
반응형

'Stock' 카테고리의 다른 글

LG생명과학  (0) 2011.04.28
2차전지 산업  (0) 2011.04.07
TJ미디어  (0) 2011.03.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