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동 펀드를 통해 본 자산주 투자에 관한 소고

투자를 시작하며

- 과거를 보고 투자를 시작하다. -

 

이례현상

 

효율적 시장을 견지하는 현상들이 정례현상이라고 한다면 효율적 시장에 반대되는 현상들을 이례현상이라고 합니다. 정례현상의 예로는 원숭이와의 치열한 수익률 경합, 공시이후의 주가반락 등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런 학술적 업적은 연이어 노벨상으로 보상받습니다. 이례현상은 반대로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서 초과수익을 얻는 투자전략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시장에 충분히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결과들을 공격적으로 제시합니다. 둘간의 논박은 정말로 성선설과 성악설처럼 답이 없는 기나긴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던 차에 대학원에서 투자에 관해 진지하게 공부하던 시절 효율적 시장에 반대되는 이론들을 배웠습니다. 그 중에 눈에 쏙 들어온 것이 저PER효과와 저PBR효과입니다. 특히 저PBR이 투자성과가 높다는 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놀랍게도 유진 파마입니다. 유진 파마는 1960년대 말에 효율적 시장이론을 선도했던 양반인데 1980년대 PBR효과에 관한 연구로 시장이 비효율적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어떤 책에 나온 표현처럼 교황이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과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더욱더 의미 있는 것은 연구결과였습니다. 1963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에 PBR을 순서를 매겨서 10개 포트폴리오로 나눠서 월간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측정해서 저PBR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그런데 최저PBR포트폴리오가 최고PBR포트폴리오보다 1년에 10%이상의 초과수익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저PBR포트폴리오가 월 1.65%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PBR이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가 월 0.72%의 투자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가치평가방식의 혁명 – 올슨모형

 

가치평가는 기대배당을 할인하거나 잉여현금흐름을 할인하거나 미래의 예측이익에 일정배수인 PER를 곱하여 산출합니다. 문제는 분자와 분모 모두에게 있습니다. 분자인 이익의 추정치들을 잘못 예측하거나 오랜 기간을 예측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고 할인율이 미세한 변화에도 가치평가결과가 큰 폭으로 움직인다는 불안정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복음을 주신 분이 올슨입니다. 기존의 가치평가가 이익을 할인하는 방식을 이용했다면 올슨은 순자산가치와 초과이익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나눠서 평가하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해서 제시한 것입니다. 올슨모형은 가치평가에 있어서 혁명이었고 그와 관련된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모형은 V = f (기대이익, 할인율)이었는데 올슨모형에서는 V = f (순자산가치, 초과이익, 할인율)로 전환되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가치를 구성하는 요인으로 순자산가치의 역할을 이론적으로 도출했다는 점이죠. 회귀분석을 해보니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주가의 30%에서 50%정도를 장부가치로 설명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파마의 연구결과와도 일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파마의 연구는 순자산가치를 이용하여 투자전략을 구사한 것이고 올슨의 연구는 가치평가에 있어서 순자산가치의 역할을 입증한 것입니다.

결국 투자전략으로써 순자산가치를 이용하면 된다는 점을 투자이론계의 구루들이 입증을 해준 것입니다. 워렌 버핏이 교수의 말에 얽매이지 말라고 했지만 그 교수는 효율적 시장가설로 노벨상을 받은 교수들일 것입니다. 버핏이 노벨처럼 인류의 학문발전을 위해 공헌한 학자들을 위한 버핏상을 만든다면 이들은 버핏 경제학상을 받을 것입니다.

 

투자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제가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가치투자에 관한 강의를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강의명은 “이야기로 배우는 주식투자”였습니다.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주식투자만 있다는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강의내용도 내용이지만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해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방법이었습니다.

수익가치를 예측해서 가치를 산출하고 시장가치와 비교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훌륭한 방법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처음 주식을 배우는 학생들이 수익가치를 산출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고 더욱이 투자 8년 차였던 저조차도 수익가치를 예측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가장 쉽고 안전한 투자이면서 가치투자의 방법에 충실한 투자방식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투자이유를 생각해보고 투자결과를 시험해보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몇 가지 조건은 첫째 이해하기 쉬운 사업구조, 둘째 충분한 자산가치, 셋째 안정적 이익구조였습니다. 수익가치에 집중했다면 세 번째 조건에 더 집중을 했겠지만 투자를 처음 배우는 관점에서는 첫번째나 두번째 원칙에 좀 더 충실하면서도 세번째 방법도 고려된 투자전략도 나름대로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자산가치는 대차대조표를 통해 쉽게 확인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변동성이 적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수익가치는 미래의 이익을 예측을 해야 하는데 예측의 문제는 정말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과거의 결과인 대차대조표를 확인해서 추출된 순자산과 주가의 관계를 이용한 투자전략에 충실한 펀드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대차대조표라는 과거의 정보를 이용해서 저PBR투자전략이라는 과거의 연구결과와 방법론으로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투자를 하며

- 역사는 깊이와 변화를 원한다. -

 

역사는 변화를 원한다.

 

 투자를 위해서 상당수의 종목들을 검토했습니다. 우선순위를 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이해가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유소를 주업으로 하는 중앙에너비스, 흥구석유, 극장업을 주업으로 하는 세기상사 주철관을 정부에 납품하는 한국주철관, 그리고 전통적인 자산주인 대한화섬과 대한방직을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이슈는 4만원대에 매수한 대한화섬에서 발생했습니다. 장하성펀드의 첫 번째 매수기업이 되면서 연일 상승하여 20만원까지 상승한 것입니다. 10만원을 넘은 시점부터 간간히 매도를 해서 현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경영권 분쟁으로 문제가 되었던 대한방직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5만원대에 매수한 대한방직이 8만원까지 상승해서 매도했습니다.

 주식을 움직이는 것은 주식 자체이기도 하지만 외부적인 변화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에 자산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주식들을 견인했습니다. 보유 부동산 등 자산매각, 부동산 보유 지역의 개발가능성, 부동산 개발 계획과 실행, 자산주에 대한 경영권 분쟁 등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며 상승을 했습니다.

-         보유 부동산 등 자산매각 : 방림은 3천원대 부동산 매각이익이 2만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매각거래를 통해 1만원을 단숨에 상회합니다.

-         부동산 보유 지역의 개발가능성 : 송도신도시 근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엄청난 시세를 분출합니다. 동화홀딩스, 한진중공업, 동양제철화학

-         부동산 개발계획과 실행 : 자체부동산의 환경변화로 개발을 실행하여 엄청난 이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상승합니다. 대성산업, 경방

-         자산주에 대한 경영권 분쟁 : 풍부한 자산상태는 적대적 인수합병내지는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되며 이를 통해 주가가 상승합니다. 한국석유, 대한화섬, 대한방직

자산주의 트랜드를 보면서 자산이라는 필요조건에 (개발이나 경영권분쟁 등의)변화라는 충분조건이 결합되어 주가는 큰 힘을 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는 깊이를 원한다.

  투자를 준비하면서 많은 기업들을 검토했습니다. 그 중 서부트럭터미널, 선광 등을 검토했습니다. 분석수준이 아닌 검토수준이었기 때문에 깊게 보지는 못했지만 좀 더 깊게 분석해보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에서 보다 높은 자산의 품질이 수익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첫 사례는 천일고속입니다. 천일고속은 검토의 대상도 아니었지만 반포에 고속버스터미널의 30%에 육박하는 토지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시장은 생각보다 정보에 충실하게 반응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일고속에 이어 서부트럭터미널도 목동 근저인 신정동의 트럭터미널 부지 2만평의 개발가능성과 우량한 자산가치를 이유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용산에 본사와 주유소의 가치가 큰 한국석유도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주식 모두 주당순자산을 단번에 뛰어넘는 주가 상승을 이룩했습니다. 대부분의 제가 보유한 자산주들은 주당순자산이라는 허들에서 일단 반락하는 모양을 보였습니다. 대한화섬, 대한방직, 중앙에너비스 등은 주당순자산을 고점으로 하락했습니다. (물론 대한화섬은 지금 주당순자산을 상회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들 주식은 그냥 주당순자산부근을 돌파하면서 시세를 분출했습니다. 결국 자산의 깊이 다시 말해 자산의 질을 시장은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장부가치 뒤에 숨어있는 공정가치를 읽어내는 힘이 자산주 투자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경테가 변한 것이 아니라 마음테가 변한 것이다.

  일전에 조카들이 제 은테 안경을 보고 구세대같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요즘은 뿔테 안경을 써야 젊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제가 안경을 처음 끼던 20년 전에는 뿔테 안경이 구세대의 상징이었습니다. 금테나 은테안경은 고가였고 뿔테안경은 비교적 저가의 안경이었죠. 그래서 멋쟁이들은 금테나 은테를 쓰고 나이 드신 분이나 멋에 관심없는 분들은 뿔테 안경을 썻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조카들의 지적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뿔테 안경을 쓰면 늙어 보이고 멋이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뿔테 안경을 쓰면 젊어 보이고 멋쟁이라고 한다니까요..

  그런데 뿔테안경 자체가 세련되어 진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경테란게 기교를 부려봐야 얼마나 부릴까요? 결국 사람의 마음이 변한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해서 예전과 동일한 것도 세련되게 보이게 되고 좋아 보이게 되고 그런거죠.

 

대한화섬은 1997년 외환위기전에 20만원에 육박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서 2만원이하까지 하락한 주식입니다. 놀랍게도 대한화섬의 자산가치는 1997년이후 거의 변한게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외환위기때도 주가가 2만원이하일때도 주당순자산이 20만원을 상회했고 2007년에도 그러니까요. 그런데 주가는 20만원에서 2만원까지 갔다가 다시 20만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자산의 본질은 거의 변한 것이 없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 것이 아닐까요? 안경테가 변한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가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변한 것입니다.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를 해야하지만 생각이 우리와 다를 수 있고 그 인고의 투자기간이 길어지수도 있습니다.

자산가치는 분명 중요한 가치지표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면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도 있습니다.

워렌 버핏의 뿔테 안경을 보면서 가장 진부한 듯 하면서도 신세대들이 보기에는 가장 첨단의 패션이란 사실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투자를 정리하며

- 투자의 시계를 미래로 돌리며 -

 

워렌 버핏의 후계자의 조건 : 마음을 읽어라.

 

  운칠기삼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운이 7할이고 실력이 3할이란 뜻이겠죠. 투자에 이 말이 딱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실력이 더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자체가 오만한 생각이란 걸 느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두 권 있습니다. 탈렙의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란 책과 올러클린의 [버핏, 신화를 벗다.]입니다.

탈렙의 책을 읽어보면 인생의 곳곳에 스며있는 운이라는 확률의 역할을 간과한 채 우리가 얼마나 오류에 빠져 사는가에 대해서 유쾌하게 서술합니다. 예를 들면 타자가 타석에서 스트라이크에 타격을 해야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에 잘 맞쳐도 야수의 환상적인 수비에 죽을 수도 있고 볼에 빗맞아도 절묘한 공간에서 안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볼에 손이 가서 빗맞은 연속안타를 친 친구는 자신이 타격의 천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스트라이크에 안타성타구가 연속해서 아웃된 친구는 자산의 실력에 의심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트라이크에 집중을 하는 것 뿐이죠. 그것이 안타가 될지 범타가 될지는 하늘의 뜻입니다. 다만 우리는 본연의 방법에 집중함으로써 확률을 높일 따름입니다. 노력하는 분들께 다행인 것은 탈렙의 책을 보면 장기간으로 갈수록 확률보다는 실력이 결과로 나타날 확률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목격됩니다. 주식을 처음 한 친구들이 몇 번의 큰 수익으로 시장을 능가하는 자신의 잠재된 실력을 모르고 산 시절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시장은 그 사람을 바보로 만들죠.

올러클린의 책을 보면 버핏이 행동심리학을 이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심리학이라던가 행태재무학 같은 분야는 최근에 부상하는 분야입니다. 2002년에 카네먼이 행태재무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졌죠. 인간행동이 지극히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무수히 많은 예와 실험으로 입증을 합니다.

워렌 버핏은 후계자의 조건으로 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사람을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은 조직을 관리할 때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행동합니다. 가장 무서운 규율이 자율이란 점을 십분 발휘하면서 조직을 저항없이 장악해 갑니다. 투자를 할 때에는 시장의 분위기나 투자자들의 행동에 동요하지 않고 일관되고 분명하게 투자를 집행합니다.

그는 투자 9단입니다. 우리는 워렌 버핏이 이창호나 임요환의 반열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창호나 임요환을 이기는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념해도 힘들듯이 워렌 버핏을 이기는 것 역시 그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해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20:80 법칙을 보면 시험문제의 80%는 20%의 부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워렌 버핏의 핵심 투자전략의 20%를 섭렵하면 그의 수익의 80%인 연 20%정도의 수익은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워렌 버핏이 투자 9단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25%수준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장기간에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분석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이 유일하게 손실을 본 해가 닷컴열풍이 불었던 1999년입니다. 그 주식들이 불량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불량해서 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기업을 분석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투자가 좋은 주식이라는 필요조건과 투자자들의 관심이라는 충분조건이 결합해서 성과가 난다면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주식을 선택해서 기다리는 필요조건만을 갖추는 일일 것입니다. 워렌 버핏도 할 수 있는 일은 그 것뿐일 것입니다. 투자자가 관심을 갖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산주는 필요조건을 갖추었고 풍부한 유동성, 전반적인 부동산가격의 상승, 가치투자의 저변확대, 사모펀드의 활성화등의 충분조건이 결합되면서 지금까지 높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충분조건의 요체인 사람들의 관심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투자자의 관심이 지나칠수록 언젠가 무관심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워렌 버핏과는 반대로 충분조건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조지 소로스입니다. 그 역시 대가이며 위대한 투자자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투자의 이치가 세상의 이치이고 세상의 이치가 투자의 이치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세상도 변하고 기업환경도 변하고 기업도 변합니다. 이런 것들이 자산주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가치를 창출하는 실체인 자산의 본질이 변하고 있습니다. 자산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실체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자산은 항공기이고 해성산업의 자산은 임대용 건물이며 이러한 자산이 바로 현금흐름을 창출합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NHN, 메가스터디 등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의 가치를 통해 엄청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면에서는 자산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지만 기존의 대차대조표 장부상에는 계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산으로써의 기능은 다릅니다.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조차도 이러한 가치논리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고정자산의 시대에서 무형자산의 시대로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분석과 투자의 어려움을 절감합니다. 게임방시대에 오락실주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발전이 필요하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부동산위주의 자산주 투자를 하면서 암묵적으로 하는 가정은 부동산의 가치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가정입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LTCM도 국가는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가정이 와해되면서 붕괴되었습니다. 이론이나 논리는 강건해 보이는 가정이 와해되면 붕괴되기 쉽습니다.

  셋째 자산가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산가치는 훌륭한 투자의 방어수단이지만 자산가치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것이 맥시멈입니다. 예를 들어 100억의 현금 자산이 전부인 기업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100억입니다. 기업은 현금자산으로 재고자산과 고정자산을 구입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생명력이 창발되면서 가치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수익가치가 자산가치를 능가해야 기업은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생명이 없는 기업은 평가하기는 쉽지만 멋진 투자는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투자에 집중했지만요.

 

투자의 시계를 미래로 돌리며

 

  투자의 핵심은 수익가치입니다. 삼성전자는 1997년에 주가가 3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당순이익이 3만원을 훨씬 넘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투자입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지금의 주가만큼의 주당순이익을 내는 회사를 투자하면 되겠지요. 현대미포조선, 호남석유, 롯데칠성 등등 모두 그런 기업들입니다.

  진정한 투자는 미래의 이익의 증가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워렌 버핏이 추구하는 투자이기도 하겠지요. 현재의 주가수준만큼 미래의 이익이 늘어난다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미래의 수익의 증가를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이 공격적이고 진정한 투자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 기업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고 미래의 이익을 도출하는 작업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만 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분석이나 예측은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업의 전략이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사실은 알기 힘듭니다. 좋은 선택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나쁜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2000포인트 주가의 일등공신을 김영삼 전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주가상승을 견인한 철강, 조선, 자동차에 대한 과잉투자가 10년 만에 전세계적인 수요폭발과 맞물리면서 주가를 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투자규제를 했다면 외환위기는 소규모로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수익력은 반감되었겠지요. 물론 단기적으로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지만 장기적으로 최고의 기업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의도하는 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옹지마라고 하지요. 개별기업의 예를 들면 금년도에 가장 많이 상승한 화인케미칼은 바스프의 대규모 공장가동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어 주가가 하락했지만 오히려 바스프의 공장가동이전에 경쟁기업들이 자진폐업을 하면서 오히려 공급부족에 시달려 이익이 폭발한다고 합니다.

 

  이익을 분석하고 예측해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실제로 제가 투자하는 과정을 복기해보면 이익을 개략적으로 추정하여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변동성이 적은 업종에 투자함으로써 추정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완할 따름이죠. 주식투자를 10년 정도 하니까 이제서야 투자를 모르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숫자의 조합으로 하는 투자를 가치투자라고 생각했지만 가치투자는 맞을지언정 워렌 버핏의 투자는 아니란 것은 확실하더군요.

 

  이익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달여에 걸쳐 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투자 목적은 아니고 연구 목적이었습니다. 내부자료도 구하고 시장환경도 분석을 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기업을 통째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절감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의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보다 많은 본질적인 문제와 구조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출판업의 가장 큰 라이벌은 경쟁출판사가 아니라 인터넷입니다. 제약회사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약효가 아니라 영업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수를 줄이면 오히려 전체적인 수익성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을 심도있게 분석해야 좀 더 본질적인 결과물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산가치투자에서는 단순한 확인절차가 필요한 반면 수익가치 투자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연구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투자는 유사한 듯 하지만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93년도에도 자산주투자가 광풍이 불었고 그 이후 97년을 기점으로 처절하게 붕괴되었습니다. 10년 뒤인 2003년부터 자산주 투자가 다시 엄청난 상승을 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산은 분명 가치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수익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없는 가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산도 중요하지만 수익은 더욱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지율이 50%가 넘었던 2년 전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나 정책이 변한 것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크게 변한 것처럼.

 

  투자를 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인생의 의미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하는 시장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세상의 이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초연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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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슨적 사고 : 가치평가의 Paradigm Shift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를 보면 패러다임 쉬프트란 단어가 나온다.  특정 분야의 세계관 혹은 사고관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뉴튼의 절대론적 세계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이나 아담 스미스의 미시경제학적 고전이론에서 케인즈의 거시경제학적 케인즈 이론으로의 전환은 하나의 사고관이나 세계관을 전환시켜준 패러다임 쉬프트의 전형적인 예이다.  가치평가에서도 1990년대 들어서 새로운 가치평가의 세계관이 제시되었다.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는 보편화된 이론이지만 당시로서는 가치평가의 시각을 혁명적으로 전환시켰다.  가치평가에서의 패러다임 쉬프트는 고든의 배당평가모형에서 올슨의 EBO모형으로의 전환이다.  독자분들께서 EBO모형이란 단어가 다소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EBO모형을 상업적으로 개발한 EVA란 개념은 상당히 친숙할 것이다.  EBO모형은 Edwards-Bell-Ohlson 모형의 약자이다.  경제적 이익이란 개념을 이용하여 가치평가를 시도한 이론의 역사는 1938 Preinreich에서 출발하여 1961 Edwards Bell에 의해 진보하였지만 그다지 큰 각광을 받지 못하였다.  음지에 있던 이론을 양지의 전면으로 끌어낸 학자가 Ohlosn이다.  올슨의 역할은 EBO모형의 이론적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학문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이다.  올슨의 논문 이후로 가치평가는 현금흐름 추정방식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이용한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현재 두 가지 방법 모두 공존하지만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EBO모형이 훨씬 우수한 모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올슨 모형이전에 가치평가의 주류였던 고든모형과 올슨모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모형

개념적 함수 관계

조작적 함수 관계 ()

고든모형

가치 = f (수익성, 위험성, 성장성)

P = EPS / (k-g)

올슨모형

가치 = f (초과이익, 위험성, 순자산)

P = BPS + (EPS – BPS * k) / k

[P = 가치, EPS = 주당순이익, k = 할인율, g = 성장률, BPS = 주당순자산]

 

개념적 관계를 수치적 변수로 전환하기 위해 대용치(Proxy)를 이용한다. 대용치는 예를 들어 야구에서 공격력을 나타내는 변수를 안타수, 타율, 타점, 홈런, 출루율 등등의 변수로 선택 가능한 것처럼 가치평가에서 수익성을 나타내는 변수는 주당순이익, 주당현금흐름, FCF, 기대배당 등으로 정의가 가능하다.  본 예에서는 가장 이해 용이한 회계 기본정보인 EPS, BPS로 설명하겠다.

고든은 가치를 수익성과 위험성 성장성의 함수로 정의하였다.  이를 대용치(Proxy)를 이용하여 정의하면 가치는 주당순이익, 할인율(대게는 이자율과 자기자본비용의 가중치)과 성장율의 관계로 수식화할 수 있다. 반면 올슨은 가치를 주당순자산과 경제적 이익(이익에서 주당순자산의 할인율로 차감한 부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정의하였다. 

 

올슨 모형에서는 경제적 이익이란 개념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자기돈 100만원과 10%이자율의 빌린돈 100만원으로 5년 사용 가능한 200만 원짜리 핀볼게임기를 사서 이발소에 설치를 하여 1년 동안 영업을 하였다.  영업결과 120만원의 매출이 있었다.  인건비로 50만원을 지불하고 감가상각비 40만원을 제외한 30만원 중 이자비용 10만원을 제외한 20만원이 이익이다.  주식이 한 주라면 20만원이 EPS이다.

그러나 올슨적 접근 사고는 다르다. 올슨에게 진정한 이익은 당기순이익 20만원중 주주지분(BPS)의 기회비용인 자기자본비용(10%로 가정)으로 산출한 10만원을 차감한 10만원이 진정한 이익이다.  여기서 자기자본비용까지 차감된 이익을 잔여이익 혹은 초과이익이라고 한다.  또한 초과이익을 이용하여 위의 식처럼 가치를 평가한다.

 

실증연구결과 올슨의 모형이 배당평가모형보다 설명력이 높은 것으로 실증되었다.  연세대의 김지홍, 손성규 교수님의 연구에 의하면 배당평가모형으로 주가의 13%가 설명되는 반면 올슨의 모형으로는 65%가량이 설명됨을 확인하였다.  그 외의 대부분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올슨적 사고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순자산의 가치평가에서의 역할을 확인했다.  이익중심의 평가 트랜드에서 자산과 이익중심의 트랜드를 형성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지적자산을 중심으로한 인터넷 기업이나 지식기업의 평가에 있어서 다소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은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상당한 설명력이 있다.

둘째 이익의 개념을 재정의하였다.  과거에는 당기순이익이 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올슨 이후에는 가중평균자본비용 이상을 달성해야 진정한 이익이라는 생각했다.  즉 기회비용을 감안한 이익인 초과이익 혹은 잔여이익이 진정한 이익임을 증명하였다.

셋째 가치평가의 추정을 편리하게 했다.  미래의 이익만을 추정하여 가치평가를 하는 방법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반면에 순자산과 이익을 조합하여 접근하는 방법은 절반은 정답을 알고 가는 방법이다.  순자산은 대차대조표에서 확인만 하면 된다.  단 자산의 질을 심도있게 살펴야 한다.  또한 고든 방식은 10년 이상 추정이 필요한 반면 올슨 방식은 3년 정도의 이익추정으로 가치를 평가해도 설명력이 높다.

 

버펫이나 그레이엄도 경험적으로 올슨적 사고로 투자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레이엄은 유동순자산의 크기를 중시했고 버펫도 네브라스카 퍼니처를 매수할 때 자산가치를 충분히 검토한 일화가 유명하다. 최근에 지식기업의 평가에 있어 대차대조표 자산의 역할은 감소하고 인적자산과 무형자산의 역할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자만 기업에게 순자산과 이익을 중시하는 것은 운동선수를 판단할 때 체력과 성실함을 중시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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