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

캐나다에 도착한 후 자리잡기 위한 분주했던 며칠.. 지금은 대충 정리가 되어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팍스넷을 비웠던 중 많은 쪽지들이 저에게 왔고 그것들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쪽지들 중 일부가 저로 하여금 본 게시판에 글을 남기게 합니다.

아마도 전 여러분에게 너무 많은 희망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세 청년까지 저에게 도박을 배우고 싶다고 쪽지를 보낸 것을 보고 적잖게 놀랐습니다.

 

여러분..

저는 도박꾼일 뿐입니다. 물론 도박에도 길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길은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만일 파생 트레이딩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것이었다면 제가 왜 이 바닥을 떠났겠습니까. 정든 집과 트레이딩 동료를 뒤로 하고 왜 타국으로 도망쳤겠습니까. 왜 고수로 불리던 많은 선배들이 결국 목숨을 등지고 세상을 떠났겠습니까. 왜 제시 리버모어와 같은 전설적인 투기꾼 조차 권총자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겠습니까.

 

도박사의 인생은 마치 히트맨으로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불안정한 삶입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 많은 글들을 올렸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전쟁에 나가야 한다면 싸우는 법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나가야 할 것이고,

어차피 도박 말고는 인생의 탈출구가 없다면 도박을 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겁니다.

 

그런데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돈에 눈이 멀어 투기를 일삼는다면 그것은 망국의 징조입니다.

 

만약 갚아야 하는 빚이 없고, 번듯한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식을 하지 마십시오.

주식은 본래부터 사기도박판입니다. 물론 주식을 도박과 같이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백이면 백 사람은 주식을 시작하면 결국 도박 본능이 일깨워져 도박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주식 산업 자체가 개투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습니다.

 

높은 회전율이 수익율을 저하시킨다는 분명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수익율 대회 같은 것을 개최하며 잦은 매매를 부추깁니다. 지네들 수수료 수입 때문이져.

 

최다분산 포트폴리오를 장기 보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대안이라는 학계의 결론에도(즉, 인덱스 펀드가 답이라는 결론) 수많은 뮤추얼 펀드들이 자기네들에게 돈을 맡기라고 아우성입니다.

 

사이버 애널들은 어떻게 해서든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자극적인 말로 개투들을 유혹합니다. 이 또한 자기네들 밥벌이 때문입니다. 만일 지네들이 투자로 돈 벌 수 있다면 왜 그딴 짓하고 있습니까.

 

사실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주가동향과 HTS 자체가 개투들을 단기 매매로 몰아가는 주범입니다.

 

진정한 세력은 그들입니다. 개투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가장 거대한 음모는 바로 이러한 사기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개투들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피같은 자기 돈을 가지고 판으로 몰려듭니다.

 

현재 고객 예탁금이 15조라니.. 거참.. 판돈이 많이 쌓였네여. 그 돈을 누가 쓸어가련지! 누군가는 아주 군침이 뚝뚝 떨어지겠군여!

 

트레이딩이라는 것은 비장한 각오로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필패의 게임입니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인들이 했던 것과 같은 싸움을 여러분은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게중에는 돈을 벌어 떠나는 저 같은 넘도 있습니다.

압구정 미꾸라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가진 돈 홀라당 다 날리고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저는 교조주의적 펀더멘탈리즘도 싫어하고 기술적 분석론자도 싫어합니다.

시장에 깔끔한 해답이란 본래부터가 없는건데 자신 안에 갇혀 있으니 답답한 사람들이지여.

 

제가 주장하는 추세추종철학은 말 그대로 철학입니다.

시장은 언젠가는 추세를 만들기 때문에 그것에 순응하려고 노력하자는 철학이지 결코 어떠한 기법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가치투자자나 차트매매자나, 랜덤워크 매매자나,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는 추세 기간 동안 주식 혹은 포지션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 말에 반론하실 분이 있습니까?

 

그러나 추세가 언제 발생하고 언제 끝날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제 아무리 많은 경제지표들을 참고하고 금리 동향을 추적하며 환율 변동을 모니터링한다고 해도 증시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선행하거나 동행하기 때문에 증시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럴 바에야 그러한 자료에 눈을 감고 차트 상의 추세만을 따라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판단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축소시키고 차트 중에서도 보조지표는 모두 없앤 후 가격과 거래량이라는 두 가지 RAW DATA만 가지고 추세추종을 하자는 야그입니다.

 

추세추종철학은 달리 표현하자면 시장경외철학이고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철학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쪽지들은 저에게 기법을 문의하고 있고 어느 자리에서 매수해야 하느냐, 어느 자리에서 매도해야 하느냐, 종목 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을 질문합니다.

 

이 말은 적어도 일부 분들에게는 저의 의도가 완전히 곡해되어 전달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분들은 그저 제가 파생판에서 돈 좀 많이 묵은 고수라니까 무작정 매달리는 거라고 봅니다.

 

개투 여러분.

저 또한 돈에 목말라 인생을 허비해버린 도박꾼이었고 한때는 여러분과 같이 주식판의 진실을 모르는 개투였습니다.

바로 그런 점이 저에게 여러분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나, 저는 여러분에게 분별력을 주고 싶었던 것이지 또 다른 맹신을 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종목 선정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서 뽑은 종목이 펀드매니저보다 수익율이 좋았더라는 야그도 있지 않습니까. 종목 선정을 하려는 노력 자체가 장기적으로 보면 헛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선물을 선택했습니다. 선물은 종목 선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나 유동성이 풍부하며 추세만 제대로 짚으면 양방향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여. 그리고 그게 저에게 잘 맞았던 겁니다.

 

그러나 제가 선물거래를 하면서 늘 수익을 냈는가? 그렇지 않아여. 지금껏 제가 손절매 비용으로 날린 돈만 하더라도 족히 10억은 넘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돈을 날리고도 초연할 수 없다면 트레이딩 고수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씀드려야 할 듯 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결국 돈을 벌어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큰 추세에서 옵숀까지 동원해 초대박을 몇 차례 묵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초대박이라고 하는 것은 몇 십배 수익을 말하는 겁니다.)

 

만약 제가 이번에 은퇴하지 않고 계속 시장에 남아 있었는데 유례 없이 긴 횡보장이 왔다면 아마도 저는 상당히 큰 돈을 날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레이딩이란 그런 것입니다.

 

트레이딩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입니다. 시장은 결코 우리의 통제를 받지 않습니다. 사실 장기적으로는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생명체를 하나 대라고 하면 저는 주식시장을 대는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성공적인 트레이더는 엄청나게 큰 비용을 손절매 비용으로 날리고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세를 따라가다가 돌발 악재로 수익금을 다 까먹는다 해도 냉정하게 손절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반면 수익이 10배를 넘어서도 '아직 더 갈 수 있어'라며 버틸 수 있는 배짱도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하기로 이러한 냉정함과 배짱은 범인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승부사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저처럼 피나는 훈련을 거쳐 그것을 함양해야 할 겁니다.

 

트레이딩을 굳이 하셔야만 하는 분들은 결코 시장에서 환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기법 문의를 하는 쪽지는 의미가 없음을 아시고 말 몇 마디로 성공투자를 가르쳐 주는 것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먼곳 캐나다에서 우려의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특히 요즘 장세는 어려운 장세이니 개투 여러분들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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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이곳은 늦은 밤입니다.

잠이 오지 않아 이곳에 접속했습니다. 

 

게시판이 무척이나 시끌법적해진 느낌인데,

시장의 역사의 후속편은 내일 올려드리기로 하고,

가벼운 글 한편을 남기고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볼까 합니다.

 

고수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사람이 고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한때 돈을 벌었다 할지라도 마지막에 돈을 잃고 퇴출당하는 사람은 하수고,

한때 돈을 잃었다 할지라도 마지막에 돈을 따고 판을 떠나는 사람은 고수입니다.

그러니 개투들에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말은,

현재 돈을 잃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돈을 벌어 이 미친 도박판을 떠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승자입니다.

 

주식판에서는 돈 벌면 장땡입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저점매수, 고점매도해서 돈 따도 되고,

고점매수하여 더 고점에서 팔아 돈 따도 되며,

가치투자, 장기투자해서 돈 따도 되고,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차익거래를 해서 돈 따도 됩니다.

여러분이 이 판에 들어온 유일한 목적은 돈을 따기 위한 것이고,

돈만 따면 끝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인식의 오류 중 하나는 돈을 땄을 때는 자기가 잘나서 딴 것이고,

돈을 잃었을 때는 시장이 X같아서라던지, 운이 없었다라던지, 실수를 했다던지 등의 핑계를 대는 겁니다.

 

상승장에서는 웬만한 기법은 모두 돈을 벌어다줍니다.

매수 후 보유 전략도 돈을 벌어다주고, 단순한 이평선 크로스 전략도 돈을 벌어다주며,

신고가 경신 전략도 돈을 벌어다주며,

단순히 떨어질 때 사서 올랐을 때 팔아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시기에 돈을 번 것을 자기 자신의 훌륭한 판단이나 기법, 혹은 공식 덕분이라고 착각합니다.

 

제 아무리 기법이 훌륭해도 시세가 올라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돈을 벌겠습니까.

그러니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때가 중요한 것입니다.

 

주식을 사야 할 때가 있고, 팔아야 할 때가 있으며

변동성 매수를 해야 할 때가 있고 매도를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만일 진정한 투자의 기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언제 투자를 해야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가를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언제 매수하고 매도하는지를 알려주는 기법은 하수의 기법입니다.

 

만년 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결국 번 돈을 모조리 까먹게 되어 있습니다.

쉴 때는 쉬거나 자신의 투자기법을 시장에 맞도록 바꿔야 합니다.

폭락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풋쟁이가 상승장이 왔는데도 풋을 고집하면 깡통을 찰 것이고,

개별 테마주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대형주 장세가 왔는데도 테마주 사냥을 다닌다면 소외될 것입니다.

 

이러한 때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가 온 신경을 집중해서 알아내려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현재 시장이 상승세에 있는가 하락세에 있는가 혹은 횡보장에 있는가,

변동성 증가국면에 있는가 하락국면에 있는가 등이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핵심 주제는 바로

세력의 자본이 집중되고 있는가 흩어지고 있는가,

집중되고 있다면 어느 시장의 어느 섹터, 그리고 어느 종목으로 집중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세력의 자본은 결코 하루이틀 집중되다가 흩어지지 않으며,

대개 정부와 짝짜꿍이 되어 대중이 물량을 받아줄 여력이 생길 만큼 시중에 돈이 모이면,

가장 강하게 바닥을 탈출하여,

상상도 못할 만큼의 기염을 토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스승님은 이러한 시세의 특징을 두고,

자본의 큰 흐름은 무자비하고 잔인하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자본의 큰 흐름의 반대편에 선 사람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동정이나 자비를 바라다가는,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자본의 큰 흐름과 같은 편에 선 사람은,

이 흐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큰 부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조막손 세력을 상대하느라 횡보장이나 하락장에서 진땀을 빼면 결국 여러분의 그릇 또한 그들만큼 작아질 것입니다.

호랭이가 없어서 여우가 설칠 때는 정글에서 빠져나오세여.

호랭이가 다시 컴백했을 때 호랭이들이 공격하는 타겟에 편승하는 것이 추체추종의 골자입니다.

 

호랭이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지루하고 심심하더라도 기다려야 합니다.

조급함은 투자자의 가장 큰 적입니다.

 

호랭이와 여우, 그리고 토끼의 역사를 계속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여러분은 언제 토끼가 창궐하고 언제 호랭이가 시장을 어택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굿나잇~ (혹은 한국 시간으로는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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