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직감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수학과 알고리즘만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바로 퀀트다.

특히 2015년에만 2조원의 연봉을 받는 세계 최고의 퀀트이자 투자가인 제임스 사이먼스로 인해
그들은 이슈를 넘어 신화가 되었다.

주식거래의 85%는 이미 인공지능이 차지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투자가 자리는 어느새
워렌 버핏이 아닌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사이먼스가 차지했다.

세계 10대 헤지펀드중 9개가 어느새 퀀트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주식,환율,채권,
금속 그리고 농작물까지 그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퀀트의 면접은 직원을 뽑는 느낌보다도 투자 설명회에 가깝다.
회사는 자신들이 투자할 알고리즘을 찾는, 퀀트는 자신의 알고리즘이 탄탄하고 경쟁력 있음을
논하는 자리인 것이다.


퀀트의 탄생 :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소프는 워렌 버핏의 조언으로 리건과 함께 컨버터블 헷지 어소시에츠 라는 헷지펀드를 만들고 
1998년 까지 25%가 넘는 수익률을 보여주게 된다.

그는 워런트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퀀트의 기본이 되는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시도해 꾸준한 수익을 냈다.
무엇보다도 그가 추구했던 것은 '캘리 공식과 정보이론에서 배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파산 위험이 있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였다.

주식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완전히 무작위이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 분포를 확률로 나타낸다면 거대한 장(field)을 이루게 된다.

골드만삭스에서 블랙은 이미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세계 금융 패러다임을 바꾼 그는 옵션에서
멈추지 않고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가격이 불분명한 각종 파생상품들의 공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블랙의 수익과 명성은 드높아져만 갔다.
이에 다급해진 윌스트리트의 다른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을 계산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서로 앞 다투어 물리학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 월요일은 블랙 먼데이라고 블린다.
블랙-숄즈 방정식에 의하면 시장이 25% 하락할 확률은 우주가 150억 번 빅뱅이 발생해도
일어나기 힘든,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평소의 증권시장은 분자 운동처럼 질서정연했지만
사람들이 패닉상태에서 광기에 휩싸였을 때에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작동한 것이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분자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성을 잃은 시장 참여자들은 동시에 매도
주문을 내면서 공식화된 시스템이 이상을 일으켰다.

에드소프와 캘리 공식에 따르면 아무리 승률이 98%라도 베팅은 파산 위험을 최소화할
정도로만 걸어야 한다. 피셔 블랙은 블랙 먼데이를 겪으면서 증권 시장은 물리학의 확률처럼
완전무결하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LTCM 사태 이후 투자은행들은 더 이상 물리학자들이 제시하는 공식과 확률들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는 지금까지 없던 일이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윌스트리트로 온 물리학자들의 전성기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같은 물건인데 가격이 달라 돈을 벌수 있는 상황, 즉 아비트라지(arbitrage)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학계는 에드 소프와 피셔 블랙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은 효율적이기 때문에 가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같은 물건은 언제나 같은 값'이라 가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뱀버거는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시장에는 잠시 잠깐의 틈이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두 주식으로 쌍을 만들어 틈이 발생하면 바로 거래하는 알고리즘, 바로 페어 트레이딩의 시초이다.
뱀버거는 그 후 승승장구하며 모건스탠리의 실세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퀀트 조식을 APT라고 명명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생긴
불균형 쌍을 찾아서 거래하기 시작했다.

바 로젠버그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그는 모든 움직임엔 원인이 있다고 믿었다.
오늘 월마트 주식이 5% 상승했다면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우연이란 것은 없다. 그는 지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식이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거대 기업이기 때문에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선구자기 때문에 유통업계가 상승하면 함께 상승했다.
엄청난 직원 수에 부채가 적지 않은 편이라 금리와 관련된 요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이러한 점을 체크하고 민감도를 정확하게 수치화
시켰다. '유통업계 비율 12%, 금리 5%, 미국 경제 상황 22%, 월 마트 자체매출 38%...'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분석을 하면 월 마트 주식이 10% 상승했을 때, 유통업계의
호재로 상승한 부분이 1.2%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인 분석은 수많은 은행과 연금회사에서 환영 받았다. 은행은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멀러는 다른 주식과의 관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커다란 영향, 즉 요인들을 분석해서
통계적으로 벗어난 틈이 보일 때 거래하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그의 알고리즘 원리는 이러했다. 먼저 어떤 주식의 움직임을 다양한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요인 분석을 한다. 이를 테면 애플의 주식 움직임은 데이터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시가총액, 직원 수, 전자기기 시장, 미국 수출 현황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애플 주식이 10% 상승했는데 요인 분석에 의하면 시가 총액에 의해 6%, 직원 수에 의해
1%, 전자기기 시장의 의해 -4%, 미국 수출 현황에 의해 8% 정도 상승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통계적 요인 분석에 따르면 6%+1%-4%+8% 로 11%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10%만 상승하였다. 즉 1%가 아직 덜 상승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플 주식을 사는 것이다.

멀러의 드림팀은 거래 기회를 포착하는 일에서부터 수익률 계산까지 모두 자동으로 하는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든다. 이 인공지능의 수익률은 엄청나서 매일매일 돈을 찍어내는
기계 같았다. 그들은 이 인공지능에게 손만 대면 금으로 변하는 신에서 유래한 '마이다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러가지 알고리즘으로 큰 수익을 내는 퀀트들이 속속들이 등장하자 다양한 과학자들이 
금융시장에뛰어들기 시작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집에서 여러 가지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확신이 든
사람들이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물리학자, 전기공학도, 심지어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던
암호해독가들 까지 금융시장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 윌스트리트로 몰려들었다.
각자 자신이 가진 방식과 지식으로 시장에 생긴 알파를 찾아내 큰 돈을 벌었다.

사이먼스는 기존의 방식처럼 주식 쌍을 찾거나 멀러처럼 요인분석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특기인 패턴 인식을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데이터 패턴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안에는 여러가지 세부 펀드가 있었다. 장기 투자를 하는 펀드도 있고 뱀버거의
방식을 이용한 펀드도 있었다. 그러다 1998년 사이먼스는 그동안 투자하며 모인 노하우와
인공지능들을 총 결집해 자신의 메달리온 펀드를 설립하였다.
메달리온은 현재까지도 매년 45%의 수익률을 내고 1999년 1분기에 0.5%의 손실을 낸 것
외에는 단 한 번도 잃은 적이 없는 괴물 펀드가 된다.
조지 소로스나 워렌 버핏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만큼 굉장한 수익률이었다.

시카고 트레이딩 회사들은 윌스트리트의 거대 헤지펀드와 다르게 작고 은밀하게 운영되었다.
그들은 상품을 사고파는 중개거래를 했기 때문에 투자자도 굳이 필요 없었다.
고수 트레이더들은 단기적 수요와 공급 변화로 움직이는 시장을 궤뚫고 있었다.
이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 따위는 믿지 않았다. 사람들이 패닉하거나 갑자기 수요 공급이
무너지면 가격은 얼마든지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를 지켜보던 엔지니어는 트레이더가 주로 판단하는 로직들을 프로그램화 시키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 시카고 트레이딩 회사의 90%는 인공지능 거래회사로 변화하였다.

상대 알고리즘과 거래 움직임을 파악하는 알고 트레이더라는 직업도 새롭게 생겨났다.
퀀트의 일종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투자 전략을 짜는 기존의 퀀트와
조금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거래주문을 보냈을 때 시장과 상대 알고리즘의 반응을 철저히 분석해서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전문가 였다.

시카고 트레이딩 회사들은 더이상 경영학과들로 리크루팅가지않고 MIT,스탠포드, 카네기멜론,
버클리 같은 컴퓨터 전자공학에 강한 공대로 인재를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알고 트레이더들은 시카고 거래소를 떠나 자신들의 인공지능들을 더 큰 시장에서 사용해보기로
하였다. 그들은 누구보다 빠른 거래 시스템이 있었고, 주식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예측을 하진
않았지만 거래량에 따라 잠시 오를지 내릴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수요 공급 불균형
으로 미세하게 충격을 받았다 돌아오는 타이밍을 찾아서 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었다.
이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시간은 고작 몇 초도  되지않았다. 짧은 찰나에 불균형을 찾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승률은 80% 이상이었다.

이들은 다른 알고리즘의 거래 조짐을 알아내는 데에도 탁월하였다. 디이쇼나 르네상스의 
통계적 차익거래 조짐을 미리 파악해서 재빠르게 선점하기도 했다.

1998년에 전자 거래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1초에 몇십 번 정도에 그치던 거래 빈도수가
1초에 수천 번이 되더니 수만 번까지 늘어났다.
한 번의 주문을 보내는데 초 단위가 아니고 밀리초(0.001초)를 넘어 마이크로초(0.000001초)
최근에는 나노초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금융시장은 알고리즘 전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전쟁의 시작 : 뉴욕 윌스트리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인공지능 전쟁들

"누구나 엄청나게 큰돈을 바라고 이 바닥에 뛰어듭니다. 제2의 사이먼스가 되길 원하죠.
그러나 그 마음가짐 만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퀀트는 투자가도, 금융맨도 아닙니다.
과학자면서 탐험가에 가깝습니다. 끊임없이 탐구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이론을 찾아내야
합니다. 퍼즐을 보면 풀고 싶고 현상을 보면 이론을 찾아내고 싶어 하는 과학자 정신이
있어야 하지요. 그 과정에서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와
시장의 오묘함을 풀어내는 것이 즐겁다면 당신은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초단타 회사에게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와 인프라 비용이다.
사로지 말에 따르면 옵션팀에서 사용하는 옵션 데이터만 1년에 5억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비용 때문에 통계적 차익거래팀과 옵션 마켓 메이킹 팀을
동시에 운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그들의 막강한 자금력과 제이크의
정치력으로 이를 실현한 몇 안 되는 회사였던 것이다.

퀀트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퀀트 개발자는 보조에 가까운 역활이었다.
피터 멀러나 데이비드 쇼 모두 개발자로서 보조 역활을 하다가 결국 직접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초고속 알고리즘의 시대가 오면서 사로지 같은 고속 시스템
엔지니어가 퀀트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9시 30분에 개장하고서 모든 옵션시장 데이터를 입력 받아서
각각의 블랙-숄즈 공식으로 변동성을 계산을 하는데 자그마치 4.4초가 소요되고 있어 
개장할 때는 전체 거래량의 13% 정도의 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로 가장 중요한 시기야
다른 회사의 알고리즘보다 느리게 계산을 완료한다는 것은 치명적이지 현재는 대략적인
계산으로 우리는 개장 거래량의 3.8%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시타델처럼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이보다 훨씬 빠르게 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없는 이상 최대한 알고리즘을 최적화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얼마
전에 미팅을 통해서 NVIDIA사의 그래픽 카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어

병렬처리로 인한 계산 속도가 500배 가량 빨라져서 0.2초 정도면 충분했지만 데이터를
그래픽 카드로 옮기고 다시 받아오는 데 왕복 7초 정도가 걸린 것이다.
나는 다시 NVIDIA 관계자들과 미팅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도를 모색했다.

"거래량 흐름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니 모멘텀 알고리즘들이 대거 들어오는 것 같군.
분석표를 뽑아 볼까?"
그는 그래프와 뉴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소리쳤다.
'지금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알고리즘
모드를 '방어모드 2'로 바꿔서 청산하는 것이 좋을 듯해."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론 알고리즘들은 전부 자동화 되어 있는데 왜 시앙은 끊임없이
시장을 체크하는 거죠?"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야.. 옵션 거래에는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고 다른
알고리즘이나 거대 기관의 타깃이 되기 쉬운 편이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체크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더가 필요해. 물론 일반 트레이더처럼 거래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리즘의 설정을 변경하거나 트렌드를 읽어서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활을 하는 거지.
마치 기차가 자동화 되어 있어도 이를 조종사가 필요한 것과 비슷해"

"그럼 알고리즘 트레이더가 알파를 찾는 퀀트보다 더 중요해진 것인가요?"
"레이싱에서 자동차 엔진과 조종사의 능력 중에 뭐가 더 중요할 것 같아?"
"음..... 둘 다 아닐까요?"
"빙고. 둘 다 중요해."

퀀트 개발자 - 거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담당한다. C++ 같은 고속 처리 프로그램에
용이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숙한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많다.

알고 트레이더- 시장미시구조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통계학, 산업공학,물리,컴퓨터공학
등 여러 가지 배경을 가졌는데 이들은 가격의 움직임을 모델링해서 거래 비용을 줄이거나
단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해서 수익을 내는 역활을 한다.

퀀트 애널리스트- 알고리즘의 두뇌를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알고리즘에 도입한다.

퀀트 트레이딩이 진짜 시작되는 곳은 프로덕션이다. 시뮬레이션이 제 아무리 정교하다
하더라도 실제 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의 거래는 나비효과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내 거래를 보고 반응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와 똑같이 흘러 가라는 보장도 없다. 이 모든 연구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전과 다를 수 있다.

마켓 메이킹 전략은 결국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랙-숄즈 방정식을 이용해서
옵션가격을 대략적으로 계산한 다음 현재 시장 상황과 자신만의 예측 노하우로 나온 가격을
시장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보다 비싼 값에 제출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싼 값에 올렸다가 가격 변동으로 인한 큰 손해를 입는다면 거래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다. 같은 가격으로 제출하더라도 속도가 더 빠른 알고리즘이 거래에 성사되기
때문에 속도 또한 중요하다.

알고리즘과 속도가 한계에 도달하자 경쟁사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
피터 멀러의 팀이었던 모건 스탠리 PDT는 알고리즘 전문가를 넘어서 회로 기판에 직접 
프로그램을 짜는 FPGA전문가를 고용했다. 
회로에서 컴퓨터까지 걸리는 미세한 딜레이까지도 아끼려는 의도였다.
골드만 삭스나 시타델은 자신들의 통계적 차익거래 알고리즘과 마켓 메이킹 알고리즘을 혼합해
주식 가격이 옵션 가격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마켓 메이킹 가격을 미리 움직이게 하는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즉, 여러가지 알고리즘을 섞기 시작한 것이다.

주식팀의 해체로 제이크는 여러 가지 위기에 처했다. 수익의 70%를 차지했던 주식팀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해야 했다. 이사회에서는 수십 억씩 하는 마이크로초 단위의
거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할 명분을 제출하라고 제이크를 압박했다.
초단타 매매에서는 1초에 수천 번의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면 한 주식당
몇 기가, 모든 주식과 옵션을 다하면 수백 테라 바이트가 된다. 이를 모두 저장하고 기록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 원래는 주식팀과 옵션팀이 나눠 부담했지만 이제 전적으로 옵션팀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옵션팀의 수익만으로 이 데이터 비용을 정당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른 알고리즘 보다 좋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려면 결국 다른 회사들의 알고리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들보다 빠르게, 그들보다 좋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

미시구조 전문가 퀀트 혹은 알고 트레이더라 불리는 시앙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알고리즘'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 기반 거래자'를 파악하는 데 특출나다. 거래 내역을 보고 통계적 이상징후
가 보이면 이는 다른 알고리즘이거나 정보 기반 거래자일 확률이 높다 판단하고 이들의 패턴을 파악해
역으로 공격했다 이들 보다 빠르게 거래하면 알고리즘 특성상 무조건 거래를 하게 되고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호오.. 일련번호 282113 이 녀석들, 볼룸버그 거대 뉴스가 나오기 전에 항상 거래를 하는 
경향이 있네. 뉴스분석 알고리즘이 있거나 뉴스를 미리 파악하는 루트가 있거나 둘 중 하나지
다른 거래 날짜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는지 찾아보자."

시앙은 미시구조 거래 방법에 정통했다. 비록 개발 능력은 떨어졌지만 미시구조를 파악하고
다른 알고리즘을 잡아먹는 '알고리즘 저격 트레이딩' 전문가 였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옵션 거래량은 그대로인데 상인이 너무 많이 생긴 것이다.
시대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에드 소프나 피터 멀러처럼 단순히 틈을 찾으면 이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다른 알고리즘의 행동까지 알아내야 겨우 이길 수 있게 되었다.

"알고리즘이 새어 나갔어"
나는 숨을 몰아 쉬면서 회의실을 나왔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다리는 후들거리고 셔츠는 흠뻑 젖어
있었다. 나와 줄곧 일하던 사람이 스파이라니...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우리의 알고리즘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무섭고 소름 돋았다.

그렇지만 세르게이가 알고리즘 설계도를 통째로 가져갔는데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퀀트들의 알고리즘은 맛집의 비밀 레시피와 비슷하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최적의 비율과 시장 상황을 적용시켜 탄생한 비기이다. 그러나 이 비기를 만드는 노력에 비해
훔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설정과 비율을 가져가서 그대로 실행하면 비슷한 수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헤드헌터로 빙자한 경쟁사들이 알고리즘의 정보를 알아채기 위해 면접에서 대략적인
설계를 물어보기도 하고 수익률 같은 것을 세세하게 물어보기도 해. 그리고 탈락 통보를 한 다음
알고리즘을 비슷하게 만들거나 공격형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수익을 얻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지인
혹은 믿을 만한 헤드헌터를 통해 안전하게 면접 보는게 중요해. 어떤 회사는 수익률 배분 조건을 아주
좋게 한 뒤에 입사시키고 거래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게 한 다음 서서히 인공지능의 회선에 
지연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거야. 스피드가 생명인 퀀트 트레이딩에서 찰나의 지연시간도 치명적이고
수익률을 떨어지게 만들잖아. 이를 핑계로 수익 배분을 줄이다가 해고시키든지 본인이 직접 나게게끔
유도하는 거지 그렇게 퇴사하고 나면 다시 지연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려서 그 알고리즘과 설계를
 훔쳐간다고 해.  매우 악랄한 수법이지."

그는 '데이터는 곧 요리 재료'라고 표현하였다. 아무리 좋은 레시피와 조리 기구가 있어도 재료가
썩었거나 신선하지 않으면 좋은 요리가 절대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결함이 있는 데이터나 완벽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만들면 그 인공지능의 거래는 실전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 재료 선택뿐만 아니라 손질에 최선을 다해야만 좋은 요리가 나오듯, 데이터를 적절한 방식으로
도려내고 알고리즘에 맞는 방식으로 변환해주는 작업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실제 시장은 불확실의 향연이었다. 승률이 90%인 알고리즘이라 하더라도 10%에 해당하는 사건이
연속해서 몇 번씩 발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처음으로 알고리즘을 들고 퀀트 트레이딩 시장에 나선 나는 회사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회사는 기존 초단타 그룹처럼 1초에 수천 번씩 거래하며 몇 센트를 벌어
들였고, 어떤 회사는 1분이나 15분에 한 번씩 거래하며 패턴들을 발굴하였다. 은행에 있는 때는 주로
간단한 통계 분석만으로도 전략을 구성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는데, 텍사스 오스틴의 한 헤지펀드는
딥러닝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거래한다고 한다.

기존의 거래량과 가격, 주문 등과 같은 데이터 외에 새로운 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회사도
꽤나 있었다. 트위터나 구글 트렌드를 이용한 가격 트렌드, 뉴스의 단어들을 읽어들여서 빈도수에
따른 거래, 애널리스트의 분석 어조를 학습하여서 방향을 읽는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은행에 비해 작은 헤지펀드들은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퀀트의 현재와 미래 :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는 인공지능 트레이더들의 고찰

시장에서 필요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절한 재료를 이용해서 합성하고 이를 팔면
셀사이드 퀀트이고, 미래 가격이나 가치를 예측해서 거래를 하는 퀀트를 바이사이드 퀀트라고 한다.

"데스크퀀트"는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모든 상황과 확률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을 산출하는 전문가이다.

"모델 검증 퀀트"이다. 이들은 데스크 퀀트가 개발한 가격 모델이나 설계한 파생상품이 옳은 논리로
만들어졌는지 검증해 보는 퀀트이다.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이상현상이나 이상가격이 나타나지 않는지,
식이 잘못되었거나 가정에 오류가 있는지를 잡아낸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퀀트"도 나타났다.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들의 위험을 분석하고 수치화
시켜서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역활이다.

"퀀트 애널리스트"라는 것이 생겨났다. 전통적인 애널리스트는 주가의 동향과 재무제표,뉴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 내리는 직종이다. 
퀀트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서 제공하는 재무 데이터나 뉴스 주가동향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거나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투자 자문을 하는 역활을 한다.
예전에는 "애플 아이폰은 경쟁 제품인 갤럭시에 비해 기능이 많으므로 애플을 매수하여야 합니다." 라는
분석이었다면 퀀트 애널리스트는 "현재 아이폰의 현재 뉴스 노출도가 22% 증가하였고 팬터 분석을 통하면
아이폰 매출이 주가에 미치는 민감도는 11% 정도이기 때문에 매수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식이다.
퀀트 애널리스트는 주로 통계나 산업 공학 출신이 많아 데이터 분석 기술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매우 출중하다.

바이사이드에 속하는 퀀트 트레이더는 데스크 퀀트나 퀀트 애널리스트와 다르게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종류의 퀀트를 이야기 한다.
단기투자로 갈수록 기술적 의존도가 높아지며 시장미시구조에 대한 지식이 높아야 한다. 경제나 재무 지식보다는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지식이 더 요구되고 초단타의 경우 시스템 단계의 프로그래밍이나 네트워크 기술에
대해 알고 있으면 좋다.
장기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퀀트의 경우 거시경제와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고 재무 구조나 포트폴리오
이론에 대한 것이 단기 거래보다 중요해진다.

초고속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마켓 메이킹 퀀트 경우는 미시구조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좋다.
통계적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퀀트의 경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조예가 높고 모델 만드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좋다. 통계적 차익거래의 경우 속도 자체가 경쟁력인 경우보다는 알파를 잘 찾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한 편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더 이들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다른 퀀트 트레이더의 개입이나 시장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거래를 할지 연구한다. 이들은 거래가 일어났을 때의 단기적인 충격이나 움직임, 확률적인 상태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배경이 강한 통계/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출신이 많다.

퀀트 개발자, 앞서 소개한 모두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이용한다. 금융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역할이 퀀트 개발자이다.

많은 사람들들이 퀀트에 매력을 느끼고 퀀트로 진로를 정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은 '앞으로 제임스 사이먼스나 케네스 그리핀처럼 초특급 퀀트가 되기는 어려운
시대'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알파가 도처에 있었고 시장이 전자화되기 시작하면서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때라
불균형이 이곳저곳에 존재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불균형이 수많은 트레이더에 의해 해소되었고
모델정보 또한 논문이나 교육을 통해 널리 퍼진 상황이기 때문에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

기존의 퀀트 회사들처럼 가격이나 시장의 패턴을 찾을려는 시도로는 진정한 의미의 투자 인공지능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아무리 사이먼스가 좋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주로 초단타를 이용한 통계적 틈을 이용한
것이었고 장기 투자에서는 여전히 워렌 버핏의 영향력이 강하였다.
투자는 수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고 인간의 직감이나 판단력이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수학자에서 물리학자로, 그 후 금융 공학자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공학자로 옮겨갔던 퀀트의 
흐름이 이제 데이터 과학자와 인공지능 전문가로 옮겨가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알파를 찾기 위해 대안 데이터를 도입하고 있다. 대안 데이터란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적극 이용하였던 시장 데이터, 즉 가격, 거래량, 호가, 거래 참여자 같은 것들이나 요인들인 재무제표,수익
,현금 흐름, 산업, 시가 총액이 아닌 데이터를 말한다. 앞서 말한 소셜 네트워크, 뉴스 데이터는 물론이고
여행객 숫자, 택배의 배달량, 농작물의 건강도, 인재의 이직 경향, 보험 가입률, 광고 지출 등 특이한
데이터들을 의미한다. 이렇게 데이터마저 복잡해지니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이 점점 더 커졌다.

데이터가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퀀트나 과학자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질 리가 만무하다. 국내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투자를 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퀀트에 대한 기술만을 외치기 보다는 본질적인 부분,
즉 데이터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와 체계를 우선적으로 잡을 것으 권하는 바이다.

퀀트는 자칫 전문기관과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퀀트 투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간단한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따르도록 하기만 해도 퀀트 투자의 영역인 것이다.
예를 들어 '신작 영화의 시사회 평점이 7.8점 이상일 경우 영화사에 투자해라' 같은 간단한 알고리즘도
퀀트 투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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